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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비타트 Habitat for Humanity Korea

해비타트소식

해비타트현장“먼 훗날 제 아들·아빠와 함께 삼대가 봉사하고 싶어요”
2017.02.14

훈훈한 부자의 따뜻한 봉사 이야기

 

해비타트 기자단 이채원, 조윤민

사진 해비타트 기자단 박현수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있죠? 아버지의 성품과 행동을 아들이 그대로 물려받는 것을 뜻하는데요, 나란히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부전자전 부자(父子)가 있다는 소식에 한국해비타트 서울지회 집고치기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매서운 한파가 잠시 사그라졌던 지난 4일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현장은 집고치기로 분주했습니다. 재료를 나르고, 가구를 옮기고, 치수를 재고. 바쁘게 움직이는 봉사자들 속에 유난히 눈에 띄는 닮은 두 사람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작년부터 빠짐없이 매달 집고치기와 집짓기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김대중 님과 아들 김선비 군이었습니다. 부자라기보다는 친구나 형제라고 생각될 만큼 사이좋은 이 두 분은 현장에서도 이미 유명한 한팀이었는데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반응에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두 분이 편하게 친구처럼 어울리면서 봉사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고, 부럽습니다.” 

-한국해비타트 서울지회 최승길 팀장-

 

부자끼리 봉사 오기가 쉽지 않은데, 항상 같이 오셔서 봉사하는 게 참 좋아 보여요.” 

-장정웅 봉사자-

 



이날도 어김없이 함께 봉사하며 장난을 치고 농담도 하고 격려도 하는 두 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외모는 물론 기분 좋은 미소와 현장을 즐겁게 하는 재치까지 똑 닮은 두 분에게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한국해비타트와의 만남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서 더 삭막한 요즘, 아들에게 편안함보다는 힘든 일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교육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것도 같았고요.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한국해비타트를 알게 되었고 아들과 함께 봉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아들도 한 번 가보더니 좋다고 하면서 계속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봉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실 봉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서울에 이렇게 안 좋은 환경의 집들이 많다는 걸 상상도 못 했어요. 그런데 지하철 몇 정거장이면 가는 서울의 중심가에도 그런 집들이 많더라고요. 한번은 벽면이 온통 곰팡이로 덮인 집에 간 적이 있는데 인상이 깊게 남았어요. 그래도 하루 동안 열심히 일하면 집이 달라지는 게 눈에 보이잖아요,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마지막에 '수고하셨습니다!' 인사하고 보면 집이 깨끗해져 있는 거예요. 물론 도배작업 중에는 풀칠하느라 계속 쭈그리고 있어야 하고 겨울엔 손 시리고 춥고 여름엔 덥고 힘들 때도 있지만, 집이 달라지는 걸 보는 게 좋아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보람도 느끼고요.”

 

사실 제가 봉사를 일찍 시작한 편은 아니에요. 마흔아홉에 처음 시작했으니까요. 집짓기나 집고치기 봉사는 힘이 있어야 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 봉사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최근에는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봉사를 추천하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테니스를 좋아해서 토요일 테니스 모임은 웬만하면 빠지지 않는데 봉사가 있는 날은 빠지게 되잖아요. 모임 사람들이 제가 왜 안 나오는지 물어보면 대답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봉사 홍보가 되더라고요. 또 봉사 얘기가 주변에 전해지다 보니까 스스로 더 열심히 봉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봉사 현장에서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해요. 새로 보는 사람들도 좋고, 자주 만나는 사람들도 좋고. 자주 봉사하러 나오는 사람들끼리 모인 날이 있으면 현장이 시끌벅적해요. 팀장님과 간사님들은 올 때마다 항상 보는데, 그래서 더 반갑고 좋아요.”


 


 

아버지 그리고 아들

아무래도 혼자 봉사를 했다면 이렇게 자주는 못 왔을 것 같아요. 아들이 함께하니까 봉사 신청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고, 아침 일찍 피곤할 때에도 아들 생각에 주저 없이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들과 함께 봉사하면 마음도 든든하고요.”

 

평소에도 아빠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아빠가 농담도 좋아하고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함께 봉사하면서부터는 아빠와의 추억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봉사하는 것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봉사 후 아빠와 둘이 가는 목욕탕이 가장 좋아요. 봉사를 다 마치고 아빠와 둘이 목욕탕에 앉아있는 그때의 기분은 정말 뭐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해요.”

 

대부분 부모는 자식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잔소리는 잔소리일 뿐 자식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데 말이죠. 저는 잔소리보다 이런 봉사 경험을 통해서 아들이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물론 그것도 부모의 바람일 뿐이니 금방 깨달을 수는 없겠지만요. 그래도 1, 2, 3년 지나면 언젠가는 , 아빠가 그때 그런 생각으로 봉사를 함께 하셨구나하고 느끼지 않을까요?”

 

   


 

부자의 꿈

(멋있으시다는 기자의 말에)“봉사를 시작한 지 아직 1년밖에 안 됐는데 이런 칭찬을 들으려니 부끄럽네요. 그래도 아들은 지금 나이부터 시작해서 제 나이가 될 때까지 30년 이상을 꾸준히 봉사한다면 그때쯤 봉사의 전설이 되어있겠죠? 사실 저는 미래에 삼대가 함께 봉사를 하는 꿈을 꿔봐요. 아들이 한 가정의 아빠가 되어서 자식을 낳고, 저와 아들 그리고 손자와 함께 집고치기 봉사를 한다면 방송에도 나오지 않을까요. 잘 지켜봐 주세요. 방송에서 저희 얼굴 보게 되시면 너무 놀라시지 마시고요.(웃음)

 

그리고 나중에 개인적으로 봉사자금을 모아서 김대중 집고치기같은 모임을 만들고 지인들과 함께 직접 집고치기 봉사를 하고 싶어요. 한 집을 고치는데 드는 비용이 약 250~300만 원 정도라고 해요. 큰돈이긴 하지만 사실 개인이 감당 못 할 돈은 아니거든요. 이런 꿈을 꾸는 것 자체가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봉사를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제가 앞으로 2년 정도 후엔 대학교에 입학하게 될 텐데 그때까지 꾸준히 아빠와 봉사를 할 거예요. 그리고 제가 먼 훗날 결혼하고 자식을 낳는다면 제 아들을 데리고 아빠와 함께 삼대가 계속 봉사를 하고 싶어요. 아빠가 그때까지 동행해주실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서로에게

아들아, 식상한 얘기지만 청소년 때는 꿈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단다. 아빠는 아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이나 열망을 구체적으로 갖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 솔직히 말해서 아빠도 고등학생 때 꿈을 명확히 가지고 살아가지는 못했단다. 하지만 아빠 된 사람으로서 먼저 살아보니까 꿈이 인생의 원동력이 되더라고. 그게 없으면 많이 지치고 방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아들이 목적이 있는 삶을 누렸으면 좋겠다.”

 

함께 봉사활동에 오게 된 건 정말 아빠의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한국해비타트를 알게 해주고 저와 같이 봉사해주셔서 고마워요. 앞으로도 둘이서 오래오래 봉사하면 좋겠어요. 아빠 감사합니다.”

 



 

매서운 한파가 사그라졌던 지난 토요일, 그건 아마도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집고치기 현장에서 땀 흘리며 묵묵히 일하시는 한국해비타트 직원들,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에 나와 큰 힘이 되어주는 대학생 봉사자들, 아빠와 아들이 함께 나와 대한민국 부자의 힘을 보여주는 김대중 봉사자 가정.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서울 외곽의 작은 집에서 이런 따뜻한 분들이 입김을 내뿜으며 한국해비타트를 돕고 있었습니다. 집을 고쳐 누군가에게 따뜻한 겨울과 삶을 제공하고 싶다는 신념 하나로 뭉친 그들이 있어서 더욱 훈훈했던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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